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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져 흐려져, / 최승환 연못에 물이 잠긴 날이 오래된 논두렁 밭두렁에 개구리가 누워 소풍을 기다리고 물에는 연못이 찾아와 손을 잡은 연꽃이 노래를 부르던 비가 내리던 날 눈물이 논두렁 밭두렁에 흐려지고 우산을 쓴 두꺼비 하나 두꺼비를 쓴 우산 하나 미끄러지는 풍경이 되던 소풍은 물과 흙과 발바닥이 꼬물거리던 주름진 들판이 갈라지고 황금줄이 쳐진 곳에는 물조차 없는 울음만 그득하다 고사리같은 손에 진흙물 들던 시절은, ​ 더보기
그리운 날들은 별이 되고 그리운 날들은 별이 되고, / 동동 유성이 떠나온 내밀한 곳 고추잠자리 날개를 찾는 나비는, 삼각형이 비밀이라면 인칭 없는 연인은 주머니에 담긴 거리 만큼 회전한다 술어로 남겨진 별은 그리움처럼 꼭짓점에 남긴 상처로 빛난다 날개 잃은 이별을 보았던가 허공을 응시하는 모닥불에 담긴 열정을 보는가 전장에서 탈출한 별들의 눈물을 보려 하는가 질감 없던 대지는 은밀한 향기로 촉촉이 젖는다 세 시는 열 시 방향으로 꺾인 채 누웠다 얼굴은 별이 되고 미소는 배경이 되었다 시선은 화면에서 잠시 수축하고 심장이라는 과녁은 오래된 정지를 해빙한다 어느덧 쉽게 문을 여는 세 시의 지평에서 그리움을 담은 문장이 현란한 입술에서 이별하고 에필로그에 접속한다 그리워서, 먼 이국의 거리는 낯선 열 시에 멈췄다 젊은 청춘이 부호로.. 더보기
덫 시든 날에는 몸을 동그랗게 말아 수축하는 세계를 느껴 보아라 물방울 굴러가는 길 위에서 시시하게 중얼거리다 세상을 툭 걷어차 먹어 버려라 배부른 칼에 베인 날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