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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랑은, 푸른 사랑은, / 최승환 오늘은 지독한 향기에 취해 푸른 옷을 입는다 또 검푸른 골목을 걷다가 푸른 얼굴 만나면 온갖 짙푸른 생각으로 가득 차고 푸르른 입술에 더 푸르고 싶을 것이다 깊고도 푸른 꿈이 손끝에 미치도록 아, 붉은빛 도는 하늘 아래 마침내 푸르른 그대여 샤갈_ ​ 더보기
얻드린 채 망망히, 엎드린 채 망망히, / 최승환 동구 밖 아이가 되어 바다를 망망히 바라보던 시절을 생각한다 꿈은 감나무에 걸리고 떨어진 푸른 감을 주머니에 담아 손톱에 물들이던 추억이 따뜻한 엉덩이 사이로 매일 삐져나가는 것에 대하여 고개 숙이는, 골목길에 새벽 달 걸리면 이슬이 문을 열고 처량한 그림자가 연탄 냄새나는 방문을 기웃거리곤 했다 방안에서 골목을 휘젓는 발걸음 소리에 잠 깨어 석유 난로에 흔들리던 아, 머리에 충격 찌개가 끓는다, 아주 오랫동안 양은 냄비에 잿빛 도는 때를 지나도록 아련히 엎드린 채 틈틈이 손톱을 물어뜯던 날 비 오는 날 방문을 열던 날 들판을 바라보던 날 안개가 산 위로 피어오르던 날 하늘을 바라보던 망망대해, 낮게 드리운 저 구름은 동구 밖을 여전히 돌아 나간다 ​ 더보기
무엇이 무엇인데, 무엇이 무엇인데, / 최승환 어떤 나무가 한순간 말을 하고 사람이 침묵으로 서 있으면 하늘에는 철새가 줄지어 정지된다 가던 길 바꾸어 뒤로 갈지도 모른다 펭귄이 자살 소동을 하던 뭐가 이상한가 수상한 상상이 마음을 비틀어 알 수 없는 이상한 것이 몸을 비틀어 비틀거리는 오늘은 무엇인가, 사람과 나무가 섞이면 무엇인지, 숨바꼭질은 아니어도 한바탕 춤추는 철새가 자리를 바꾸는 것을 남극의 펭귄이 몸을 비비고 자리를 바꾸어 추위를 견디는 생존의 본능조차 고귀한 것을 무엇이 무엇인가, 단단한 소나무가 한순간 침묵하면 나보다 오래된 아름다움에 대하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