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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좋은 날 배고파 좋은 날 어제는 지하철역 바닥 대리석에 묻은 때를 사각사각 먹었습니다 아직 배가 고픕니다 내일은 빌딩 엘리베이터와 그 옆에 숨겨진 계단 모서리 빛나는 알루미늄을 이미 먹었습니다 허기가 긴 도로에 깔리면 오늘은 버스 유리창에 기댄 투명한 그대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래도 배고픈 기억 그 징후는 시계추 같은 무료한 권태 날것으로서 희망의 그림자였기에 사랑스러운 오늘이 있다는 사건, 사건이 반복됩니다 배부르지 않아도, 잠자리 편하지 않아도, 욕망이 거세되는 꿈에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봅니다 동그란 알몸처럼 여전히 배는 고파서 고맙고 고맙습니다 가난하고도 즐거운 일상,' _' 최승환' ​ 더보기
시계 시계 _ 최승환 읍내 허름한 점방 진열장 때 묻은 시간이 흐트러져 졸고 있다 끼익 소리에 문고리가 놀라고 구석에서 졸고 있던 조명이 눈을 뜨는 것은 아마도 배고픈 정오가 교회당 소리처럼 맑은 마음이 그리웠던 것인데, 든든한 뱃심이 필요한 너는, 벼와 벼 사이 사이 울먹이던 손목에서 풀이 죽은 아버지의 너는, 흐릿한 점방 주인과 어설픈 만남 이후 아버지의 일기장으로 들어갔다 1968.6.16. 흐림, 읍내에서 너를 잃고 마음에 담았다 어쩌면 희망 하나를 묻는다 지금도 책상 서랍 닳은 연필과 멈춰버린 일기장 그 옆에서 빛바랜 아버지의 너는, 뻑뻑한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버지는, 아버지의 너는, 어쩌자고 가끔은 꿈에서 배고프다 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더보기
고양이 별곡 고양이 별곡. 최승환 비릿한 숨이 바람결에 싸리 담을 살금살금 넘어 참새처럼 초가지붕에 앉는다 매니큐어로 가려진 발톱에 배고픈 손톱이 달려들면 엇박자, 움츠린, 엉덩이, 장단 묘한 얼굴은 기교로 신호를 보낸다 마당에는 한바탕 달걀을 먹은 닭이 노래하고 우물에 빠진 돼지도 흥얼흥얼 꼬리 잘린 도롱뇽 마디마다 리듬을 학다리 잘라 붙인 오리의 불협화음 멜로디 울다가 웃는 누렁소 이마에 뿔이 호각을 불면 공연이 잦아들고 어둠 속에 가면이 벗겨진다 추락한 수염으로 눈을 가리고 강아지 인양 달을 보고 멍멍 짓는다 초가지붕과 울퉁불퉁한 마당을 힐끗거리는 시간이 지나간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상) 국내도서저자 : 나쓰메 소세키 / 임희선역출판 : 아이세상(도서출판홍) 2004.09.20상세보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