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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계

시계  _  최승환

읍내 허름한 점방 진열장
때 묻은 시간이 흐트러져 졸고 있다

끼익 소리에 문고리가 놀라고
구석에서 졸고 있던 조명이 눈을 뜨는 것은
아마도 배고픈 정오가 교회당 소리처럼 맑은 마음이 그리웠던 것인데,

든든한 뱃심이 필요한 너는,
벼와 벼 사이 사이 울먹이던 손목에서
풀이 죽은 아버지의 너는,
흐릿한 점방 주인과 어설픈 만남 이후
아버지의 일기장으로 들어갔다
1968.6.16. 흐림,
읍내에서 너를 잃고 마음에 담았다
어쩌면 희망 하나를 묻는다

지금도 책상 서랍
닳은 연필과 멈춰버린 일기장 그 옆에서
빛바랜 아버지의 너는,
뻑뻑한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버지는, 아버지의 너는,
어쩌자고 가끔은 꿈에서 배고프다 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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