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별곡. 최승환
비릿한 숨이 바람결에
싸리 담을 살금살금 넘어
참새처럼 초가지붕에 앉는다
매니큐어로 가려진 발톱에
배고픈 손톱이 달려들면
엇박자, 움츠린, 엉덩이, 장단
묘한 얼굴은 기교로 신호를 보낸다
마당에는 한바탕
달걀을 먹은 닭이 노래하고
우물에 빠진 돼지도 흥얼흥얼
꼬리 잘린 도롱뇽 마디마다 리듬을
학다리 잘라 붙인 오리의 불협화음 멜로디
울다가 웃는 누렁소 이마에 뿔이 호각을 불면
공연이 잦아들고
어둠 속에 가면이 벗겨진다
추락한 수염으로 눈을 가리고
강아지 인양 달을 보고 멍멍 짓는다
초가지붕과 울퉁불퉁한 마당을 힐끗거리는 시간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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