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壁)
벽 (壁) 이른 아침이면 강아지 마냥 멍멍한가 멍, 끝없는 하늘이 파란 생각을 언덕 넘어 거리로 내밀 때, 흑백 사진에 몸을 적셔 투명한 일은 통과되고 굴착기 소리만 몸을 맴돌아 꼼짝없이 빈 봉투만 내미는 오늘은 멍, 함, 감춰진 골목 우회전은 막막하다 막, 어둠이 내리면 하루 연극, 막이 내리고 눈 감으면 뜀박질하던 유년의 숨바꼭질이 엄마 눈시울 뜨겁게 달구던 늦은 대지를 재촉하던 암전, 막, 좌로 굽어진 숨은 오솔길은 먹먹하다 먹, 풀벌레 소리가 저녁 나팔처럼 가득 찬 밥상, 머리만 남겨진 생선 고양이 유년의 투정은 퇴근길처럼 처진 어깨를 훌쩍이던 아련한 속삭임, 먹는다 막힌 몸이 멍한 생각을 먹는 벽 같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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