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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壁) 벽 (壁) 이른 아침이면 강아지 마냥 멍멍한가 멍, 끝없는 하늘이 파란 생각을 언덕 넘어 거리로 내밀 때, 흑백 사진에 몸을 적셔 투명한 일은 통과되고 굴착기 소리만 몸을 맴돌아 꼼짝없이 빈 봉투만 내미는 오늘은 멍, 함, 감춰진 골목 우회전은 막막하다 막, 어둠이 내리면 하루 연극, 막이 내리고 눈 감으면 뜀박질하던 유년의 숨바꼭질이 엄마 눈시울 뜨겁게 달구던 늦은 대지를 재촉하던 암전, 막, 좌로 굽어진 숨은 오솔길은 먹먹하다 먹, 풀벌레 소리가 저녁 나팔처럼 가득 찬 밥상, 머리만 남겨진 생선 고양이 유년의 투정은 퇴근길처럼 처진 어깨를 훌쩍이던 아련한 속삭임, 먹는다 막힌 몸이 멍한 생각을 먹는 벽 같은 하루 ​ 더보기
마흔 즈음에 마흔 즈음에 마흔 즈음 된 교회당 건물 구석진 곳에 그늘이 있다 볕이 반쯤 오다가 마는 그곳에 발길도 숨겨진 그곳에 너는 있었다가 힘들고 위대하고 그윽하게 풀벌레 밤이슬 그리며 울던 날 너도 따라 푸시시 피어나고 고독은 조우는 듯 달 그림자 뒤로 빛났다 그곳에 있었으리라 마흔쯤이면, 서슬퍼런 바람도 서러운 장대비도 눈 덮인 마음도 분명 피고 지고 했으리라 긴 한숨쯤 되는 틈새 하늘 그 틈새로 빛이 새고 구름 그 틈새로 비가 새어 콘크리트 벽 그 틈에 네가 있었다 빛나던 조우 너와 나 그 사이로 눈물 나는 기쁨 보이면 또, 불멸의 계단 그 사이로 틈은 기필코 노려본다 땅과 하늘 적막 그 사이로 파도처럼 하얀 이빨로 기어이 올지도 모른다 레테의 강을 건너는 마흔 즈음에 너와 또, 너를 그리워 운다 &#039.. 더보기
일상 - 소문 소문 아마도 소문은 엉덩이가 씰룩거리듯 기웃거렸을 것이다 뱀, 교미하는 장면을 눈꼴사나워하던 바람이 뒤에서 발자국소리에 놀라 자신의 눈을 찌른 후 소문은 숨어 버린 듯 또 다른, 독수리가 뱀 눈을 찌르고 발이 퉁퉁 붓도록 방랑을 하다가 겨울이 되어 휴가를 재촉한다 생명, 잉태하는 습기를 태양은 증발시키고 있다 소문도 건조되면 무의미한 일상만 단발마로 저주를 퍼붓는다 소문, 고귀한 그늘 축시를 넘어가는 괴물이다 희미한 듯 스며들 듯 담을 넘 듯 하는 듯, 고요하고 거대한 힘이 비틀거린다 궁금해 죽는 그 힘, 꿈틀거리는 미지가 대지를 어슬렁거리곤 하던 그 신화도 지금도 소문이었다 비밀, 자신만 모르는 일이 반복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