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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하기 좋은 날 월담하기 좋은 날 _ 최승환 학교처럼, 문이 있는 곳에는 경비가 있다 등교같은, 시간을 지키는 공간이 있다 지킴이는 약간 완벽해 개구멍은 있다 늦은 시간에 개가 담을 넘는 이유는 마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상한 것은 틈을 노리는 연습이 인생이라는 것 월담의 역사는 유구한데 담은 무너지지 않는다 점점, 담이 벽이 되어가는 날 문은 사라질지라도 경비도 약간은 허술하고 틈도 살짝 보여주는 여유가 있어 담은 개구멍을 사랑하고 개도 철조망을 사랑해서 담위에 올라 멍멍 짓는 날 감옥처럼, 공간을 독점하는 시간이 울고 있다 ​ 더보기
무의지 너는 무의지 너는_ 최승환 아침이면 윙크하고 또 밥상에 키스한 뒤 그렇게는 하루도 출근한다 누구는 그렇게 하는 것을 한다 어떤 하루는 오지 않는 아침에 방바닥에 배를 깔고 뒹굴지도 모른다 어떤 너는 하는 것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기, 바람이 바람처럼 불어도 아침에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하고 가파른 계단이 죽음처럼 유혹해도 빈집을 그리워하며 긴 침묵으로 또 어떤 나는, 하지 않는 것을 하련다마는, 또, 저녁이 되면 누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다 ​ 더보기
언덕 위 나는 언덕 위 나는__ 어쩌다 흘러 들어왔는지 모를, 이 작은 하얀 공간에 멍하니 있기도 하는데, 가끔은 밤을 새워 슬픈, 무서운 영화를 보다가 늦은 잠에 취하여 내가 드라마가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속에 내가 아닌 것이 불쑥 나와 나 인 척도 하는데, 그럴때마다 이상한 냄새가 이 방을 진동할 것 같은 마음으로 눈을 감고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커튼은 닫혀 있어야 하는데, 고립된 눈속에 빛나는 불빛을 방안으로 가져와 고독인 척, 책을 펴서 글을 골라서 읽어, 글도 골라서 쓰며, 침도 어떤 곳에만 발라서, 아침 밥을 넘길 때 까지만 하얀 벽에 목을 기댄 채 쪽잠을 자는 것이었다 참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단절된 공간이 닫혀 있어야 했었던 그, 옷장속에 숨바꼭질은 엄마가 그리웠던 아픔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