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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흐려져

흐려져, / 최승환

연못에 물이 잠긴 날이 오래된
논두렁 밭두렁에 개구리가 누워 소풍을 기다리고
물에는 연못이 찾아와
손을 잡은 연꽃이 노래를 부르던
비가 내리던 날
눈물이 논두렁 밭두렁에 흐려지고
우산을 쓴 두꺼비 하나
두꺼비를 쓴 우산 하나
미끄러지는 풍경이 되던 소풍은
물과 흙과 발바닥이 꼬물거리던 주름진
들판이 갈라지고
황금줄이 쳐진 곳에는
물조차 없는 울음만 그득하다
고사리같은 손에 진흙물 들던 시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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