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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꿈꾸는 책상



꿈꾸는 책상 / 최승환

책상 위에 얼굴이 엎드려 있다
책상은 평면이라 얼굴도 평편하다
책상 위에서 얼굴은 따뜻하게 익어간다
문장 찌꺼기도 잠시 쉬어가는 책상
그것은 낡은 곰팡이와 동침할 때보다
더 포근한 꿈을 꾼다
책상은 지금 안전하다
꿈을 담보로 미래를 가불하는 불안도 없다
비어서 담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책상이 가는 곳
흔들리지 않는 그곳은 어디에 있으랴
이불처럼 꿈을 꾸는 그곳은,
책상은 기꺼해야 낡은 찌꺼기나 받아들이고
부끄러운 과거를 벽쯤으로 여기다가
얼굴이 눈을 뜨면 화들짝 덜컹거리는 책상
얼굴은 책상을 베개 삼아 순백을 생각한다
얼굴은 책상처럼 편안하다
누구라도 꿈꾸는 맑고 동그란 얼굴
책상이 시든 날 얼굴은 찌푸린 하늘을 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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