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편지 / 최승환
나는 철 지난 편지입니다
학교가 지난여름처럼 물에 잠겨있습니다
얼굴을 내민 나무 끝에 오래도록 매달려 시간을 숙고합니다
향나무가 연필처럼 문장을 은은하게 쓰다듬고 있을 때
책장에 곰팡이 하나
물끄러미 내려다 봅니다
돌아가도 좋을 고향은 사라지고
지금은 교실도 없어
우체국 교환국 기지국 국가 또는 정부
나는 빨간 우체통에 남겨진 자화상입니다
못다 채운 편지에는
배달되지 않는
저 외로운 문장이
아직은 겨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나는 그대의 쓸쓸한 여백입니다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