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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잠실역에서

잠실역에서 / 최승환

지하로 가는 계단에 가슴이 찔리고
피는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지하보도 점포는 공사에 인도되었다
잠실역장은 공사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쳐다볼 경우 형사 고발 등 법적 처벌될 수 있음을 알려줬다
500m 셔터가 출렁거렸다
지하철에 고발장을 제출하러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주인은 햇볕 없는 곳에서 달려오고
또 주인을 쏟아내고
또 주인을 싣고 터널로 내달렸다
주인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주인 없는 전쟁
검은 피 묻은 듯한 철로 위로
고장 난 듯 쇳소리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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