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최승환
오늘도 걷는다
흐르는 발걸음을 지켜 본
나의 오솔길
젊은 마음 넘쳐 흘러
희망을 향한 고백
그 마저 못 채우고 미끄러져
돌아 눕는 풀잎에
뿌리고 남겨지고 쌓여진
너의 오솔길
차마 닿지 못한 서러운 향기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들 꽃
다가서려는 내 눈길 외면하는 너
자세히 보면 멀어지는 너
갈망들의 거리두기,
세월을 기다리던
늙은 소나무의 흔들리는 노래
볼에 스치며 들려주는
커다란 독백
시든 하늘
여전히 타는 그리움을
뜬 눈으로는 차마 볼 수 없어
소리없는 발걸음으로 지켜보는
기다림으로 느려진 시간
그대 향한 이 길
구불구불한 미지의 땅
심연 그 곳에 가고파
아, 걷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