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저리도_단상.최승환
비는 내려 땅에 젖는데
나는 방울만 먹는다
뚝뚝뚝 끊어서 귀로 먹는다
슬픈 노래의 맛이 나면
우산을 접고
옷을 열고 온몸에
향기를 젖시고 눈을 온전히 감아본다
누군가 연주하는 소리는 푹푹 잠기는 물길 속은 알 수 없는 등나무 의자는 등이 없어 마주 앉아 손길을 벗 삼아 흐르륵거리며
벌거벗은 아기가 되어 맨발에 도톨거리는 전율이 꼼지락거리며 들판에 지렁이로 하늘을 날고 있는 사자를 훑어보는데
초원이 낙타에게 말을 걸어가면
사막은 입을 다물지 못하리라
무거워진 비는 저리도 오는데
굶주린 나는
비도 지쳐가면
무심한 하늘에 비는 나는 지금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 거꾸로 흐르는 (0) | 2016.06.29 |
---|---|
일상 - 환대에 대하여 (0) | 2016.06.28 |
일상 - 숨바꼭질 (0) | 2016.06.25 |
일상 - 도원애가 (0) | 2016.06.24 |
일상 - 슬래잡기 (0) | 2016.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