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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 거꾸로 흐르는

거꾸로 흐르는. 최승환

차와 사람들 오가는 광진교 아래에는
어쩐지 쓸쓸한 강물이 뒤로 물결쳐 간다
강에 부는 바람은
다리 위 단풍나무의 추억을
하늘에 하얀 수채화로 그려
강가에 기대인 나뭇잎에 흔들리면
목덜미에 말을 건네고
정오 엔젤인어스
천사처럼 이층에서 오늘을 지내는 나는
땀방울 하나 풀숲을 지나 굴러굴러
흐르는 물결에 담겨 보이는 저 끝을 지나는 생각에 그만 아메리카노 커피에 잠기는 물결 속에 쓸쓸함도 같이 멈춘다
시간은 물결에 겹치고
숨겨진 은밀한 강물 바닥
비둘기가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말을 전한 사람이 수면 아래 숨을 참은 채 궁금해 하기를
해바라기도 흔들리는 해를 본다
아름다운 은빛 물결이 뿌려지면
시간은 다시 흐르고 비행을 못하는 참새가 강물에 처박히는 꿈을 바람의 끝을 지키는 방패연이 지켜본다 또는 겉은 속을 본다
적당한 느티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따라 빛을 바꾸면서 전하는 그 내밀한 은어를 듣고 싶은 데 그 대답은 아직은 여기까지만
가깝지 않은 가까운 오래된 사연은
저 강바닥에 기어가고
검은 헬리콥터가 강줄기를 따라 뿌리는 바람은 지금
숨겨진 이야기는 흐릿하고
뚜렷한 것은 반대로 보이는 이 지독한
쓸쓸함은 어디서 오는지
넘쳐나는 기쁨과 흐르는 슬픔을 담은
저 강물과 내 맘이 가는 곳으로
오늘과 씁쓸한 아이스크림이 지나간다



#일상#광진교#거꾸로흐르는#바람#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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