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_ 최승환
적막강산은 강과 산에만 있지 아니하다
삼삼오오로 몰려가는 저 식사대열 속에 적적한 하나가 밀려간다
어쩌면 혼자 먹는 비빔밥 같다 고추장 언덕 같다
섞이지 않는 밥알 하나쯤 있어도 좋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지만, 몸을 비벼대며 냄새를 나누고 그 틈에 쓸쓸함이 끼어 튕겨 나간다
시간 사이 사이가 비벼지는 하루, 어느 한 순간이 나를 거부하는데, 불쑥 불쑥거리며
저기 푸르름 곁에 찬란하게 떨고 있는 낙엽인 낙오,
내 속에 고독한 어떤 하나가 나를 사랑하듯이
어쩌자고 나는, 세월을 비비고 있다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