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_단상 / 최승환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
한 사나이가 서 있다
빨간 불이 그를 바라다본다
잠시 후
초록불이 스톱워치를 누른다
그는 건너가지 않는다
카운트가 끝나면 생각을 생강생강 한다
주머니에는 생강이 들어있다
지금 그가 가지 않는 이유가 들어있다
그는 갈 수 있었다
다만 주머니가 없다면
주머니에서 생강을 꺼낸다
만든 사람을 생각해보니
그는 나였다
아마도
그는 지금도
생강을 그리워하며
빨간 불에 취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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