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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 걷는다는 것은

걷는다는 것은 . 최승환

처진 엉덩이로 걷는 건 억지스럽다
어깨는 부활을 꿈꾼다 항상
뱃속은 꿈틀거리는데
생각을 비우는 일은 걷는다는 뜻이다
걷는 것은 힘든 일이다
흐느적거리는 물 위에서
커피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게다가 거뭇한 아침은 거의 죽는 일이다
시간에 가두어지는 양 떼들
그 발걸음이 현기증으로 쓰러져도
자유 의지라고 자위할 뿐이다
마치 스치는 바람에 맡겨진 팔을
모른 체 버려두는 듯이
도심의 길은 결코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이따금씩 채이는 사각진 봉투와
콘크리트 세포가 굼실거리며 일러준다
몇몇은 빠르게 더러는 느리게
어쩌면 모르는 공간 속으로 아침이 간다
누구는 싸우러 가고
더러는 화해 중이고
소수에게만 열려있는 듯한 꿈
빈 걸음이 우르르 몰려가는 아침은 여백이다
모르는 일이다
옆에서 지나치는 누군가 비명도
발길은 모르는 일이다
발길은 돌리고 또 되돌리는
오늘도 아침도 걷는 일은 힘든 일이다
한 번쯤 한 숨과 때늦은 후회가
발길에 쌓이는데
어쩌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일상이 흐른다
걷는 길에도 잠시 생각이 머무는
정류장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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