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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 식은 커피가 달다

식은 커피가 달다. 최승환

나는 식은 커피가 좋다

뜨거운 커피는
첫 한 모금만 온전한 따뜻함을 준다
인생의 딱 한 번 뿐인 첫 떨림 그 황홀함
쓰고 시고 달다 한 사랑처럼
그리고는 식어간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으로
첫사랑을 소환하는가
아니,
첫사랑을 잊어가는 연습을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별 쓴 맛을 지우기 위해 커피는 식어야 한다
사랑 그 고통은 상자 안에 담고
추억 그 향기가 뚜껑에 고스란히 흐르도록 하듯이
쓴맛은 잠기고
달콤한 맛만 떠오르기를
사랑을 온전히 보존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식은 커피를 기다리는 일이다

데워지지 않는 식은 커피가 오늘도 그립다
차가운 캔커피가 그러하듯이
지나간 사랑 노래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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