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일상 - 마당, 길에 눕다


마당, 길에 눕다.최승환

마당을 지나가는 집이 있었다
가로질러,
마당은 아마도 흘러가는 중이었으리라
마치 파도처럼
바람속에
마을 끝자락에 홀로 섬이 된 집이
숲처럼 멀_리 숨었다가
다가가면 나타나는 들꽃은 아니더라도
어슴푸레한 손 때 묻은 구석처럼
섬은 조금 신비스럽게 보였을 법도 한 오래
서서 마당을 지켜보던 감나무는
햇살과 일정한 간격으로 지나갔다 그늘은
여름부터 빨간 빛 바닥을 기다렸던 아이가
한 때 그렸던 도화지 그림은 초가 지붕에
넝쿨이 되어 꽃이 피고 초롱박은
낮부터 놀던 반달을 기다리는 하루가
담을 타고 하늘과 맞닿은 나무
위로 올라 갔다 꿈은
누렁소가 알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며
울음이 흘러나오던 문턱을 기웃거리다
마주친 왕방울만큼의 눈속에 아이의 소식을
처마 밑 제비가 전하다 숨가쁘게
지나갔다 툇마루에
턱을 내밀고 잠에 취한 강아지는
생각에 잠겼다 낯선 바람에
두리번거리며 따라가는 저 닭은
바보처럼 보였다 어느날 길 잃은 나그네는
흐느적거리는 발걸음 멈추고
저녁을 기다렸다 화로에
연기를 쑥처럼 태우고 모기는
향기만큼이나 마당에 피어오르던 밤새
흔들리며 숨어 버렸던 유년 시절이
지나는 길이 되어 버린 집에
안개가 울렁거리며 몰래 지켜 보던 마당,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 아침  (0) 2016.06.17
일상 - 나와 너에 대한 __단상  (0) 2016.06.16
일상 - 언젠가 곡괭이를 던지는 두더지  (0) 2016.05.27
일상 - 한  (0) 2016.05.19
일상 -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  (0) 201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