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산에 묻고 / 최승환
생각하면
너무 오랫동안 입은 질질거렸지
목구멍도 아닌 게 포도청에 끌려다녔지
구걸은 아닌 듯 앵앵거렸지
산자락부터 희망이란 끈으로 중턱을
오르는 일이란
태어나지 않았다면 넋조차 없는 미생
긴 꼬리를 입에 물고
돌아다보는 유혹,
무엇을 원했는가
원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분노,
물끄러미 산새 소리를 만져 본다
밑도 끝도 없는 한숨만 낙엽에 담기면
차라리 산을 굴러 올라가다
입을 묻고
지켜보는 일만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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