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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월담하기 좋은 날

월담하기 좋은 날 _ 최승환

학교처럼,
문이 있는 곳에는 경비가 있다
등교같은,
시간을 지키는 공간이 있다
지킴이는 약간 완벽해 개구멍은 있다
늦은 시간에
개가 담을 넘는 이유는
마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상한 것은
틈을 노리는 연습이 인생이라는 것
월담의 역사는 유구한데 담은 무너지지 않는다
점점,
담이 벽이 되어가는 날
문은 사라질지라도
경비도 약간은 허술하고
틈도 살짝 보여주는 여유가 있어
담은 개구멍을 사랑하고
개도 철조망을 사랑해서
담위에 올라 멍멍 짓는 날
감옥처럼,
공간을 독점하는 시간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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