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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흔 즈음에

마흔 즈음에

마흔 즈음 된 교회당 건물 구석진 곳에 그늘이 있다
볕이 반쯤 오다가 마는 그곳에
발길도 숨겨진 그곳에
너는 있었다가 힘들고 위대하고 그윽하게

풀벌레 밤이슬 그리며 울던 날
너도 따라 푸시시 피어나고
고독은 조우는 듯 달 그림자 뒤로 빛났다

그곳에 있었으리라 마흔쯤이면,
서슬퍼런 바람도
서러운 장대비도
눈 덮인 마음도
분명 피고 지고 했으리라
긴 한숨쯤 되는 틈새

하늘 그 틈새로 빛이 새고
구름 그 틈새로 비가 새어
콘크리트 벽 그 틈에 네가 있었다

빛나던 조우
너와 나 그 사이로
눈물 나는 기쁨 보이면
또, 불멸의 계단 그 사이로
틈은 기필코 노려본다
땅과 하늘
적막 그 사이로
파도처럼 하얀 이빨로 기어이 올지도 모른다

레테의 강을 건너는 마흔 즈음에
너와 또, 너를 그리워 운다


'너는, 또 너는 나이기에' _ 최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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