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최승환
적막한 헤어짐 뒤로
캔커피를 따서
낮은 보도블록에 앉아 마시면
땅 떠로 띵띵 띠디치 흥겨운 여인네
숙취가 다가와
입술 끝에 커피 한 방울 흘러
커진 엉덩이가 눈높이로 지나간다
일단 앉아 볼 일이다
발을 뻗으면
무수한 인터넷이 생겨난다
그 일 속에 나는 있지 아니하다
다만
엄마 뱃속에서 흰 기억이
손가락을 타고
사자는 검은 혀를 숨긴 채
오리 목덜미를 감고
낙타의 등줄기에 미끄러져
사슴 같은 허리를 삐끗거리는 데
참새의 오른 발등을 찍어내리는
네트워크가 춤추며 잠긴다
나도 엉덩이 그물 속으로 잠긴다
뚜껑을 상실한 캔이 만남을 그리는
두리번거리며 침 흘리는 적막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