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린 채 망망히, / 최승환
동구 밖 아이가 되어 바다를 망망히 바라보던 시절을 생각한다
꿈은 감나무에 걸리고
떨어진 푸른 감을 주머니에 담아
손톱에 물들이던 추억이 따뜻한 엉덩이 사이로 매일 삐져나가는 것에 대하여 고개 숙이는,
골목길에 새벽 달 걸리면 이슬이 문을 열고
처량한 그림자가 연탄 냄새나는 방문을 기웃거리곤 했다
방안에서 골목을 휘젓는 발걸음 소리에 잠 깨어 석유 난로에 흔들리던 아, 머리에 충격
찌개가 끓는다, 아주 오랫동안 양은 냄비에 잿빛 도는 때를 지나도록 아련히
엎드린 채 틈틈이 손톱을 물어뜯던 날
비 오는 날
방문을 열던 날
들판을 바라보던 날
안개가 산 위로 피어오르던 날
하늘을 바라보던 망망대해,
낮게 드리운 저 구름은 동구 밖을 여전히 돌아 나간다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