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상 - 어떤 하루

gazisys 2016. 4. 28. 08:47

어떤 하루 / 최승환

닫힌 눈꺼풀 위로 새벽이 내리고
나지막히 입술에 닿는 안개
바람의 향기가 들려오면 퍼져가는 작은 햇살이 얼굴을 감싼다
아침 물결에 미끄러진 기억
옷깃 없이 나서는 길, 거리가 부셔진다
발끝에 닿는 대지, 다리를 밀어낸다
서러운 돌멩이, 손끝으로 발길질한다
지켜보는 풀잎, 몸으로 전해진다
외로운 바람, 빰의 전율이 온다
구슬픈 소낙비, 옷이 젖어온다
놀란 들꽃, 님이 기다림으로 온다
작아지는 시냇물, 반가움으로 쉬어간다
사연은 타자들의 표정, 기약 없는 주인공들이다
다시금, 눈 감고 쏟아지는 소낙비를 본다
코 막고 흩트러진 들꽃을 맡는다
귀 닫고 퍼져가는바람을 듣는다
입 씻고 흐르는 시냇물을 삼킨다
손 비워 피어나는 풀잎을 느낀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꿈틀거린다
힘겨운 일이다
무거워진 발걸음에 흔들리는 몸은 견뎌야 하는 밤을 향한다 마음은 어두워한다
하얀 방에 가득 찬 검은 메시지 하나씩 떨어져 주인이 되면 눈을 잃어간다
늦은 밤까지 흔들던 방 밖의 비바람도 기다리다 지치면 또 다른 우산을 쓰고 잠들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