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zisys
2015. 7. 24. 19:07
제1부 중국 선사 편 / 006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大鑑慧能 |
중국 선종의 제 6조인 혜능(慧能;638∼713) 대사의 성(姓)은 노(盧)씨로서 광동성(廣東省)의 소주(韶州) 곡강현(曲江縣) 사람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땔나무를 해다 팔아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무를 팔러 갔다가 그 집 주인의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활짝 열렸다. 그는 집 주인으로부터 황매산의 5조 홍인 대사의 이야기를 듣고 드디어 어머니를 떠나 황매산으로 가서 그의 제자가 되었다.
당나라 의봉(儀鳳) 원년(676)에 남해현(南海縣)의 제지사(制止寺)에서 인종(印宗) 스님을 만나 그곳에서 며칠을 묵게 되었다. 인종 스님은 그 당시 유명한 강사였다. 어느 날 인종 스님이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거센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본 두 스님이 서로 다투기 시작했다. 한 스님이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다른 스님이 말했다. "아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입씨름은 끝을 보지 못했다. 두 스님은 강사에게 가서 그 해답을 바랐으나 강사 역시 판단하지 못하였다. 혜능이 이를 듣고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강사가 물었다. "그럼 무엇이 움직인단 말인가?" 이에 혜능이 답했다. "두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즉시 인종 스님은 혜능 대사의 제자가 되기를 청하였다.
어느 날 혜능 대사는 어떤 스님을 보고 불자(拂子)를 들어 세우며 물었다.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다시 등뒤로 불자를 던지며 물었다.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몸 앞에서 보았는가, 몸 뒤에서 보았는가?" "보는 것엔 앞뒤가 없습니다." 이에 혜능 대사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이것이 묘공삼매(妙空三昧)니라."
어느 날 한 동자(童子)가 혜능 대사가 머물고 있는 옥천사(玉泉寺)에 찾아왔다. 이름은 신회(神會)라 하였다. 혜능 대사가 물었다. "네가 먼 곳에서 고생하며 왔으니 근본을 가지고 왔느냐? 만약 근본이 있다면 곧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것이다. 말해 보라." 신회가 대답했다. "머무름 없는 것으로 근본을 삼으니 보는 것이 바로 주인입니다." "이놈, 왜 이런 경솔한 말을 하는가." 혜능 대사가 눈을 부릅뜨고 주장자( 杖子)로 세 번 때리며 말하니 신회가 되물었다. "스님께서는 좌선하실 때 보는 것이 있습니까?" "아프기도 하고 안 아프기도 합니다." "나도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하느니라." "어떤 것을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하는 것입니까?" "내가 보는 것은 내 마음의 허물이요, 보지 않는 것은 타인의 시비나 좋고 나쁜 것이다. 이 때문에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하는 것이다. 너는 아프기도 하고 안 아프기도 하다고 했는데, 네가 아프지 않다면 목석이요, 아프다면 범부(凡夫)의 생각이니 화가 치밀 것이다. 너는 아직 마음을 보지 못하고도 그런 희롱을 하느냐."
혜능 대사가 열반에 즈음하여 대중 스님들에게 일렀다. "나는 신주로 떠나겠으니 배를 준비하라." 대중들이 울면서 만류했으나 뿌리치며 말했다. "모든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도 가시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니라." "신주로 가시면 언제 돌아오십니까?"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올 때엔 잎이 없느니라." "스님의 법은 누구에게 전하시겠습니까?" "道 있는 이가 얻고, 마음이 없는 이가 얻느니라." 이렇게 말한 혜능 대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간 뒤 70년 만에 두 보살이 동쪽으로 올 것인데 한 사람은 출가하고 한 사람은 세속에 있으면서 교화를 하여 나의 종지(宗旨)를 세우고 크게 법을 일으키리라." 이 말을 남기고 바로 신주의 국은사로 갔다. 이곳에서 공양을 마치고 가사를 입으니 이상한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고 흰 무지개가 땅에 박혔다. 이 순간 혜능 대사는 열반에 들었다.
▲ 목차(list)로 가기 |